Side B: double side

오래 걸렸던 에필로그 - 파생된 이야기

시카마법사 aka PODAIM 2024. 10. 7. 01:00

1.

월요일쯤의 일이었다. 누군가 크로플 씨에게 조공하러 왔다는데 없는 줄 알았다나.

평소였다면 '그걸 왜 나에게?'라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인간 코스프레를 하기로 한 것, 배달부도 해 보기로 하였다. 그렇게 해서 수요일 퇴근 직전에 크로플 씨에게 전달했더니 누구인지 궁금해하면서도 엄청 좋아하였다. 하긴 조공이라고 말할 정도면 취향을 당연히 알 것이니.....

 

2.

금요일에 지난 주말에 95% 읽는 게 완료된 전독시에 대해 말할 수 있었다. 내가 처음 전독시를 소개받았을 때 이번 년도가 가기 전에 95% 이상을 읽겠다고 마음 속으로 약속했는데(지금도 완결이 아니니까), 4개월도 되기 전에 그렇게 되었다! 역시나 하하거렸던.

 

3.

그런데 그런 와중에 부기관장이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하자는 것. 한달에 한번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타임을 만들자나. 요약하면 그냥 오지랖. 이야기하자고 억지로 불러내면 평생 친구가 되기라도 한다는 건지 아니면 이상한 드라마에 심취한 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4.

앞서 말했듯이 지금 직장에서 내가 하는 건 인간 코스프레다. 그러면 이러한 코스프레가, 위로부터 하라고 해서 한 건가? 전혀! 네 번의 왕따 속에서 악당이 되겠다고 했던 게 나다. 당할 만큼 당하면서 얕은 수가 빤히 보였던 나다. 내가 그런 은혜에 감동해서? 어림없는 말이다!

나에게 인간 코스프레를 하게 한 것은 무엇인가? 날 불쌍하고 가엾게 보는, 손님으로 보는 눈이 아니라 나 개인에게 챙겨줬던 일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기억했던 난, 그로부터 가지를 치고 또 쳐서 마인드 맵마냥 찾아드는 데이터들이 합쳐지면서 서서히 가능했던 일이었다. 높으신 양반, 고귀한 이념도 못한 일을 아이브 리즈를 닮은 어떤 청년이 해낸 것이다. 그것도 괴물 중에서 괴물에게. 그리고 이 청년이 유니크할 것이다. 괴물을 인간으로 봐 준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으니까.

 

기대할 것이 없다 생각했던 유배당한 대지에서, 나로서는 깜짝 놀랄 경험을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하였다.

인간 코스프레, 다시금 없는 일이고 다시 없을 경험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한데 괴물을 인간으로 보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생각하면 그건 너무 낭만적이다. 그러나 적어도 여기서의 일은, 아주 최소한 크로플 씨는 기억할 듯하다. <오렌지 마말레이드>에서 백마리에게 괴물이 아니라 외쳤던 정수리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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