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D: toward ground/On the Stage

어찌 태양계만의 이야기랴.

시카마법사 aka PODAIM 2016. 5. 14. 10:04

요즘 러블리즈의 <Destiny>가 핫합니다!

저도 화요일에 진솔한 TV에서 들었는데 평소에 제가 좋아하는 노래 스타일이라 '어? 뭐지?'라고 하면서 궁금해 했는데 친절하게도 유진님이 말씀을 주시더군요 ㅎㅎ

 

그래서 바로 가사까지 찾아봤습니다.

찾아보니까 가사에 대해 엄청나게 호평 일색이더라구요. 작사자인 전간디 씨가 취미로 작곡을 한다는 분이라는데도... 저렇게 슬프면서 좋은 가사를 만드실 줄이야.

 

가사에 대한 대체적인 평은 이렇습니다. 이중 짝사랑의 관계를, 태양-지구-달로 나타낸. 태양은 남주가 짝사랑하는 여자, 그 태양을 도는 지구가 당연히 남주구요, 달은 주인공을 나타낸 것이지요. 그 남자를 짝사랑하는....

 

 

그런데 저는 이 노래를 계속 들으면서 굳이 태양계만의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수능 문제를 푸는 것도 아니고, 하나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겠지요.

 

왜 자꾸 그녀만 맴도나요?
달처럼 그대를 도는 내가 있는데
한 발짝 다가서지 못하는
이런 맘 그대도 똑같잖아요 

 

한발짝 다가서지 못한다는 것... 그는 사람에 대해서도 되겠지만은 세상에 대해서도 해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해 다가서지 못하는 것은 그만한, 슬픈 이유가 있지요.

그래서 '그녀'에 대해서는 단지 사람 그 자체만이 아닌, 어떤 것이든 될 수도 있지요. 여기서의 남자를, 상처입게 한, 아프게 한 모든 것. 모든 기억.

 

오늘도 그녀 꿈을 꾸나요?
그댈 비춰주는 내가 있는데 

 

이 가사를 보고 2000년대 초반에 방영되었던 SBS 드라마 <황금신부>가 생각났습니다. 기본 플롯이, 주인공 누엔 진주가 강준우란 남자에게 시집을 가게 되는데, 이 강준우는 공황장애입니다. 그래서 누엔 진주가 공황장애를 고치기 위해 노력을 하지요. 그런데 그게 쉽겠습니까? 17회까지 보시면 아시겠지만 강준우에게 누엔 진주가 "바보 멍청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아픈 이야기죠..

 

눈부신 그대의 하루에는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나요? 

 

그래요, 없습니다.

세상에 상처받은 사람은, 그렇게 쉽게 마음을 못 열죠, 누구에게도. 누군가 다가와도 끝없이 의심하게 되는.... . 믿음이라는 평범한 것이 힘든, 그럼 사람들이지요. 그러기에 이 가사에서 주인공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억지로 들어가려 하면은, 꽁꽁 싸맬 테니까. <여자를 울려>의 강진우가 왜 위선자일까요?

 

한 번, 난 그녀를 막고 서서
빛의 반지를 네게 주고 싶은데
단 한 번, 단 한 번, 그녀의 앞에 서서
너의 낮을 날고 싶은데 

 

브릿지에서까지 보고 목소리까지 아프게 들려서 그냥 꽂혔습니다.

앞서 말했듯 '그녀'는 남자에 대해 상처입힌 존재들. 남자에 대하여 '괴물'이라고 부르는 존재들. 괴롭히려 하는 존재들. 그렇게 막고 서서, 앞에 서서 외치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괴물 아니야! 괴물 아니야!!"

- 정수리, <오렌지 마말레이드> 3권 중에서

 

이 사람은 내가 지킬 테니, 절대로 다가오지 말라는 몸부림, 목소리. 상처입힌 존재들에 대한 저항... 괜히 이 무대에, 눈이 가는 게 아닌 것 같네요.

 

 

 

드라마들을 보십시오. 누군가를 지킨다고 해 놓고는 제대로 지킨 이야기가 있었습니까? <장미빛 연인들>을 보십시오. 준비도 없이 다시 합쳤다가 개고생했죠. <여자를 울려>가 어떤 드라마입니까. 용서와 사랑 이야기라고 하지만 사실은 여자 주인공을 지킨다고 해 놓고는 정작 하는 건 헛소리야, 여자 주인공을 개고생시키는 존재를 찬양하고, 여자 주인공에게 힘이 되는 존재를 부정하는 위선자의 이야기와 그 때문에 힘없어진 슬픈 여자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부탁해요 엄마>는 어떻구요? 억지 용서와 억지 품위있는 죽음으로 점철된 드라마지요. 앞서의 전제를 만족시킨 드라마들도 있지만 그는 소수입니다. 이러한 장편의 드라마들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Destiny>는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단지 태양계만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상처입고 얻어맞고 버림받은 사람을 지켜주고 싶은 사람의 노래,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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