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F: magic diary/감문국세가

걸음 그리고 걸음 1. 기울어진 운동장

시카마법사 aka PODAIM 2017. 1. 23. 23:46

사실 이것을 RS로 볼 수 있을지는 알 수는 없다. 왜냐면 하루밖에 안 되는 기간이기에. 하루밖에 안 되는 것으로는 RS라 하기에도 애매하다. 보통 그건 휴가가 아닌 기간에도 그렇게 하니까, 그런데 지금은 메리트가 없다는거;; 그러나 일단 RS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이고, 분명 직장 밖에서 있었던 건 사실이므로 일단은 이 카테고리에 설명한다.


당연하지만 예정에 없었던 RS였다. 갑자기 직장에서 전화가 와서는 담당이라면서.... 그래서는 어제 미친 듯이 합정역에서 달려서는 11시에 KTX를 타고 1시에 잤다. 왜냐고? 경주는..... 멀다.

그리고 역시 예상대로 8시 반 버스를 못 잡은 까닭에 30분이나 늦었다. 뭐... 이런 RS는 그닥 신경도 안 썼지만.


오전에 했던 것들은 이해가 안 되었다. 워낙은 담당이긴 하지만 내 스스로 해본 적이 없으니. 내가 그런 능력도 안 되고. 그런데 재난이 일어날 때 대처해야 할 자세에 대해서는 열심히 들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재난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기로 했다. 각자 재난 생존자와 심리요원으로 역할을 나누는 것이었는데 처음에 난 재난 생존자를 맡았다.

그런데 보니까 맙소사, 생존자들도 여러 유형이 있었다. 그 중에서 보니까 어릴 때 화재사고를 겪어서 화재에 또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여학생이었다. 그걸 보고는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 사람들에게 지금껏 못 본 인간을 보여주자.'


그리고 들어왔을 때, 처음에 난 떨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그러자 "가!" "야 이 테러리스트야!" "꺼져!" 진짜라고 믿을 정도로, 나도 생각 못할 정도로 말이 막 나왔다. 그래서는 도망가서는(?) 바닥에 쓰러졌다. 거의 기절하다시피 했을 때, 끝났다는 말이 나왔다.

끝나고는 다들 엄청 놀라는 눈치였다. 너무 실감났다면서.... 하기사 나도 하고 나서는 웃음을 참을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글펐다. 왜? 그 상황에 엄청 이입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은. 그 미친 기억들을 생각하면서. 만약 월드컵공원이 아니었으면.... 어디든 난 진짜 그 모습이었겠지.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참.


하여튼 그 때는 분위기가 좋았다. 여러 상황 속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이야기들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를 기점으로. 하지만 심리요원으로 나왔을 때는 달랐다.

계속 울고 있는 학생 앞에서 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저 아저씨 무서워~~ ㅠㅠ" 1시간 전의 나를 치고 싶었다. 내가 그 상황을 만들어 놓고 정작 난 아무것도 못하다니. 하기는 직장에서도 그랬으니까..... 그냥 우두커니 서있는 찌질이... 그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끝날 때 말했다. "도움을 주고 싶은데 능력이 안 따라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지만 강사는 나의 기대를 완전히 깨뜨렸다. "글쎄요.... 일단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은 그런 능력이 되지요, 안 그래요? ^^;"

그것이 할 말인가? 첫 번째 시뮬레이션에서 인간이 얼마나 미칠 수 있을지 보여줬던 사람에게? 심리요원이 자기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렇다면 심리요원이 아픈 것도 살펴야 하는 게 아닌가? 진짜 안 된다니까? 그러면 뭐 어쩌라고? 다 때려쳐야 하나?


아니다. 이건 내가 잘못한 거다. 왜 하필 오버를 해서는.... 내가 죽일놈이지, 내가 미친놈이지.

덜 떨어진 인간 주제에 미친 짓을 해버리다니.

아니, 그걸 떠나서 심리요원들도 아플 수 있다는 것을, 강의를 하러 나왔을 정도라면 어떻게 대처할 지 알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닌가? 하기는 그 사람들도 꽃길만 걸었던 것 같지만.



결론은 기대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니, 이미 기대는 버린 바지만. 이 남방의 세계에서는, 변하지 않는 사람들밖에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