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설날의 일이다. 엄청 늦게까지 외가에 있었던 바람에 드라마 할 시각이 되었는데 그 때 나온 드라마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었다.
그 당시는 45회였는데, 바로 나연실이 홍기표에게 납치되었던, 그 회차였다. 전후사정을 몰라도, 분명 홍기표가 악당인 건 알 수 있었다.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보게 된 것은. 그리고 왜 저런 일이 일어났나 생각하게 된 것은.
아시겠지만 나연실은 결국 이동진과 결혼한다(아니, 정확히는 납치되었을 때가 그 결혼식 때였으니....). 그리고 좋게 살게 되는데, 두 배역을 맡았던 이동건 씨와 조윤희 씨가 실제로 결혼까지 하는 걸 보고 다들 부럽다느니, 만약에 연애를 한다면 이동진처럼 하고 싶다느니,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 러. 나!!
만약에 당신의 자매, 남매가 나연실 같은 상황일 때 이동진 같은 사람이 접근한다면? 굳이 접근을 차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사람을 어떻게든 개조시켜야 한다. 그 사람이 당신의 자매, 남매를 지킬 수 있는 사람으로 환골탈태할 때까지, 그리고 그 원수들을 그 사람이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때까지. 목숨이 달린 일이다, 정말로!!!!
아니, 왜냐고? 만약에 실제로 이동진과 나연실이 연애를 한다면? 두 사람은 1년도 못 버티고 그냥 박살났다. 왜? 얼마나 훈훈하고 예쁜 사랑을 하는 커플인데.
하지만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유는?
바로 드라마 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동진과 나연실이 연애를 시작한 것은 28회에서부터이다. 그리고는 28회 후반에, 홍기표의 부하들에게 이동진을 위협을 당하게 되고, 홍기표를 찾아가서 나연실을 놓아달라고 한다. 여기까지가 29회 초반이다.
자,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이동진이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
29회에서는 깜짝 놀랐던 나연실에게 "연실 씨가 겁먹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다면 오히려 그 쪽에서 연실 씨를 두려워할 거에요. 그런 사람들을 왜 깡패라고 하는지 알아요? 깡이 없어서, 패거리를 짓는다고 해서 깡패에요."
그리고는 나연실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바다로 가서는 홍기표를 찾아갔던 이유가 몰래 만나는 것은 사랑이 당당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라면서, 이동진의 부모에게도 말하고 부딪치고 싶다고 말한다. 물론 나연실이 기겁을 하면서 손을 빼버렸지만.
31회에서는 나연실의 집에 도어락을 달아준 다음 자기 집에 가서 예비 며느리로써 이쁨 받으라고 하지만...... 하필이면 이동진에게 집착을 시작한 전 부인 민효주가 출동.....
32회에서는 "여보!" 설명이 필요한가?
33회에서는 홍기표의 어머니 오경자에게 집을 빼앗기고 찜질방에 있던 나연실에게 호텔을 소개시켜 주지만, 하필이면 또 민효주 출동......
34회에서는 나연실을 자기 집에 데리고 가면서 애정행각을 벌인다, 35회에서도 마찬가지고!
36회에서는 나연실을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가서는 둘도 없는 소중한 보석이라느니, 좋은 옷을 입히고는 셀카 찍자면서 그렇게 한다.
37회에서는 케이크를 사 들고 나연실에게 갔는데 나연실은 자고 있었다.
40회와 41회에서는 떠나버린 나연실을 찾아서는 서울로 돌아가자고 하고, 나연실이 기름을 엎는 바람에 사고가 나자 나연실을 구하는데 자기에게 돌아와 달라고 애걸하다시피 말하면서 결국 나연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하고는 말 잘 듣는 반짝이로 돌아왔다느니, 같이 자자느니 그런다.
그렇다면,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여기서 이상한 점들을 못 느꼈는가??
각 회차에서 진실커플 이후 보여줬던 행동들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보기로 하겠다.
29회에서의 행동
→ 이미 이동진은 처음 외박을 했을 때 나연실에게서 홍기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홍기표가 나연실의 아버지를 구했다는 이유로 계속 집착하다가 결혼까지 강제로 하게 되었는데, 그 결혼이 형사들이 들이닥쳐서 다행히(!) 무산되었던. 그걸 충분히 들었을 건데 나연실보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본인이 그 상황에 처해 보든가.
그리고 비밀 사랑이 당당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러면 전국에 비밀 연애하는 커플들은 다 뭔가 켕기는 게 있어서 그런 거냐 이 부르주아지야!!
거기다 부모님께 이야기한다고? 장난하시는가? 27회에서 나연실의 설거지를 돕는 이동진을 본 최곡지 여사가 나연실을 다그치는 걸 분명히 봤을 텐데??
(여담이지만, 최곡지 여사를 맡은 분이 돌아가신 김영애 선생. 드라마 촬영했을 당시도 아프셨다던데 왜 굳이 김영애 선생에게 이 힘든 배역을 맡겼어야 했나....?)
31회에서의 행동
→ 29회와 비슷하기 때문에 설명은 패스.
32회에서의 행동
→ 지금 "여보!" 할 때가 아니잖아...... 민효주가 어떻게 나오는지 봤으니 민효주를 차단해야지? 그리고 홍기표 패거리가 양복점 유리창 다 부쉈더만? 걔들 안 죽이고 뭐하고 있냐? 대기업 부사장까지 했던 분이?(이게 얼마나 모순이냐면, 이동진은 초반에 팔려나갈 뻔한 양복점을 다시 살린 경력이 있다.)
33회에서의 행동
→ "무시하면 되요. 긴장할 것 없어요."? 딱 보면 나연실을 죽이겠다는 민효주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모르니?? 얼른 민효주 죽여야 한다니까........ ㅠㅠㅠㅠ
34~37회에서의 행동
→ 사랑하는 사람을 적진으로 던져 놓고 잘도 웃겠다. 분명 최곡지 여사가 나연실을 반대하는 걸 뻔히 알고도 방들이니 뭐니 하다니..... 나연실에게 그 당시 필요했던 건 홍기표와 민효주를 박살내는 거지 웃게 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최우선이..... 홍기표 잘도 찾아갔던 분이 왜 그러실까?
40~41회에서의 행동
→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 앞서의 행동들 때문에 아무리 해도 무책임하게 보이는데.....
너무 이동진을 안 좋게만 봤다고? 앞서 언급했을 것이다. 당신의 자매, 남매가, 아니면 당신 자신이 나연실 같은 상황인데 이동진 같은 사람을 만나면 어떻겠냐고. 그렇다면 저렇게 사랑으로 하는 행동에도 마음이 편할까? 한편으로는 불안할 건데? 그 와중에서 알 수 없는 건 볼드체로 언급한 이동진의 행동이다.
사실 현실에서는 저렇게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지키려 하는 사람들의 적은 웬만해서는 강력한 힘을 가지거나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자기 자신이 그렇게 뛰어난 힘을 가지지 못하던지. 역도의 수괴의 매국 행위가 몇십년 전부터 언급되었으면서 작년에야 끝장이 날 수 있었던가를 생각해보자. 그런데 이동진은 앞서 말했듯 일류대를 나와서 미사 어패럴 부사장까지 했던 인물이다. 이동진 정도의 머리라면, 나연실이 두려움에 떠는 것을 보고, 그리고 집에 찾아온 민효주를 보고 왜 찾아왔는지는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동진이 해야 했던 것은 무엇인가? 바로 홍기표와 민효주를 어떠한 술수를 써서라도 박살내버리는 것이었다. 이동진 정도라면 간단했다. 홍기표는 지난 세월 동안 나연실을 협박한 것을 가지고 충분히 날릴 수 있을 것이고, 민효주는 홍기표와 내통하고 있었으니 그를 가지고 연계해서 깨뜨리면, 과연 민효주가 제대로 버틸 수 있을까? 한 사람을 협박한 협박범을 도운 사람인데? 그것도 미사 어패럴의 장녀가!
그런데 이동진이 그 동안 했던 건 무엇인가?
<장미빛 연인들>의 박차돌과는 반대의 환경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 박차돌 시즌 2라 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 이동진이다.
그래도 진실커플 이전에는 낫지 않았냐? 경연대회와 패션쇼에서도 대장이었고? 라고도 할 수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나연실에게만은 홍기표 시즌 2였을 뿐이었다. 나연실을 좋아한다는 것이 드러난 후, 나연실이 편의점 가는데 따라가지 않나(물론 최곡지 여사가 잣을 사라고 해서 그런 거였겠지만), 인터넷에서 보고 나연실 집에서 계속 기다리지 않나, 나연실 집의 수도관이 터지자 그걸 기회삼아 집에 데려오지 않나, 인생이 힘들었던 나연실에게 "나는 연실 씨 입에서 아무거나, 대충, 이런 말 나오는 거 싫어요. 연실 씨가 존중받고 보호받고 대접받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한다.
뭐,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그래,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그 당시 상황에서의 나연실이라고 생각해 보라. 어떤 태도를 보이겠는가? 현실이었다면 불편하고 부담되어서 어디든 도망치고 싶거나 이동진을 변태로 생각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물론 배역을 맡은 이동건 씨와 조윤희 씨는 결혼까지 골인했다만, 드라마에서 일어났던 상황은 절대로 연애 플래그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상황은 절대로 연애가 성립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동진은 <황금빛 내 인생>의 최도경보다는 낫다고 할 수는 있겠다. 왜 최도경이 이동진보다 더하냐면, 최도경은 도박으로 치면 자기 가족들에게까지 보증을 서서 도박을 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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