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B: double side

Again 2011 or 2014 or 2016?

시카마법사 aka PODAIM 2020. 1. 9. 18:41

나의 블로그를 빠짐없이 보셨던 분이라면, 작년에 내 포스팅의 업데이트 상황을 보고 엄청 의아해할 것이다.

시카마법사 aka PODAIM이 왜 이렇게 포스팅이 엄청 느려졌는지, 왜 2019년이 저물어 가는 마당에 2019년 초 사진을 올리고 있는지.

그래서 그에 대한 답변을 올리려고 한다.

 

작년에는, 처음부터 최악이었다. 2부장님에게 들었던 것은, 2011년에 맡았던 보직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아니게 되면은 그 중간 부서는 그 보직 없이 가야한다는 말과 함께.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그 보직을 맡기로 했다. 물론 직장은 다르지만, 그 보직이 어떤지는 싫도록 경험했기 때문에 난 당연히 싫었다.

그래도 직장이 다르니까 뭔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그 당시는 못해봤던 것들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크나큰 망상이었다.

 

3월까지는 그나마 괜찮았다. 그런데 두 번째 주제로 옮겨갔던 시점부터, 아니, 첫 번째 주제와 두 번째 주제 중간에 휴식을 한다고 했던 것이 크나큰 실수였다. 왜냐면 거기에 너무 맛들여버렸으니까. 이건 정말 내가 멍청했던 것이었다. 여하튼 난 주제들에 익숙해지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하려고 했다. 어차피 이런 체계적인 경험은 대부분 처음이니까. 그러나 그렇게 진행하는 와중에 난 지쳐버렸다. 5월부터. 그래서 5월부터 사진들이 드물게 올라왔던 것이다.

그 당시의 상황을 말하자면 분명 그런 것도 아닌데 유리창을 두 번이나 깬 범인으로 몰려버리고, 주제를 제대로 하려 해도 다들 그 주제를 위한 행동을 할 의욕도 없었다. 거기다 주로 쓰였던 장소는 두 부서가 같이 썼는데(그와 비슷한 공간이 하나밖에 없어서) 걸핏하면 구성원들은 다른 부서를 침공하고는 했다. 그러면 의욕을 키워줄 생각을 안 했냐고? 내가 보여줘도 안 하는데? 그와 동시에 생각난 것이, 2011년, 그리고 2014년, 2016년의 상황이었다. 내가 뭐라고 해도 놀기에 바빴던 그런. 그게 생각나니까 난, 분명 잘못된 것들을 봤음에도 아무 것도 못 했다. 그 당시로 돌아간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엄청 괴롭혔던 그 기억이 말이다.

그러면 소리라도 질러보지 않았냐고? 한 번 그랬다가 무서운 사람 취급받고, 거기다 소리를 아무리 질러본들 예전 그대로였다. 난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너무 슬프게도..........

 

그래서 후반기에 들어서는 '내가 그 자들에게 놀아줘야 되는 사람밖에 안 되나?', '아니, 그걸 넘어서 그 자들에게 내가 인간이기는 했나?' 결론은 No. 물론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걸 말로 해서 아는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개고생만 해왔던 난 행동으로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는 그렇게 놀아주는 걸 이제는 안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더니 "우리한테는 그거밖에 없어요!", "와~~ 정말 나쁜 인간이네." 하던 건 그 소리였다. 난 어이가 없었다. 대체 제대로 안 한 것이 누구던가? 날 만만하게 보고 놀자판을 만든 게 누군데 이제 못하겠다고 하니까 천하의 악당으로 몰다니..... 그래서는 은근 많이 싸웠다. 그리고 알고보니 작년에는 그렇게 많이 했다는 것이었다. 지금 봤던 놀자판으로. 대체 어떻게 했길래 놀자판을 좋아하는 걸까.

급기야는 10명 이하(말이 좋아 10명 이하지, 한 명에게 5~6명이 달려든다고 생각해 보라)가 나에게 달려들어서 계속 해달라고 협박했다. 거기다 날 신발 도둑으로 몰고 가기까지 했다. 본인들이 관리 안해놓고..... 내가 뭘 하라고 하면 그대로 설명은 안 듣고 멋대로 하던 것들인데..... 그래서 역시나 PTSD에 빠진 건 마찬가지였다. 변하는 게 없으니까.

 

그 외에도 어떤 말을 들었는지는 수도 없다. 아니, 애초에 날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들만 해야 하는 하인 취급한 것만 봐도 설명이 너무 길다. 그래, 직장에서 사는 건 힘들다. 다 힘들다. 그런데 직장에서 모두 힘든 거랑, 노예 미만으로 취급받는 건, 다른 것이다. 그렇지 않나?

 

뭣보다 작년의 그 비참한 일생이 가져온 건 직장에 대해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 것이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직장이 내 전공이랑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내가 나의 캠퍼스에 대해, 나의 전공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는 건 어느 정도 남아 있었다. 심지어 2016년에 막장으로 살았어도 그런 건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에 빌어먹을 인생을 다시 겪게 됨에 따라, 생각한 것은, 1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이렇게 취급받을 거라면, 이제는 대학교 시절의 나와도 단절해야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었다. 더 개같아졌으니까.

그래서 작년 말에 다른 곳으로 옮기는 원서를 썼다. 이제는, 뭣도 기대하기도 싫다, 거기가 어디든 간에. 뭐만 하면 악악대고 날 짐승 취급하고 하려도 하지 않는데, 처음부터 날 그렇게 봐왔는데 더 이상 기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러면, 여기까지 읽어봤으면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동업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은 안 해 봤냐고 말이다. 그러면 난 이렇게 답하겠다.

"처음부터 구름 위로 올라와 평탄하게 살아온 사람이 밑바닥 인생을 구제할 수 있냐를 생각해라."

나는 직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겪어 보았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나처럼 고시에 여러 번 붙은 게 아니라 한 번에 붙었다는 것. 그리고 뛰어난 표창이나 상 같은 그런 경력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난 왜 그렇게 안 했냐고? 대체 그들을 가지고 어떻게 하라고? 가식적으로 보고서를 써서 표창을 받아봤자, 상을 받아봤자 변하는 건 없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란 말인가?

거기다 이번에 새로 온 기관장이 문제였다. 이 양반은 처음부터 나에게 너무 친근하게 다가온 것이었다. 그게 뭐가 문제냐 하면, 예전에 봤던 사람이 아닌 이상 상호간 어느 정도의 어색함은 자연스러운 법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볼 때부터 날 어디서 본 것 같이 말하니까 의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 사람은?? 혹시 사기꾼?? 이거 신종 사기 수법??'

대체 왜 나에게 그랬냐 하면, 내가 후배라서 그렇단다. 그런데 후배라고 할 일도 없는 게, 내 직장에서는 다 선후배다. 전공인 사람만 이 직업을 가지니까. 그러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을 뿐더러 거기다 대학교를 나온 지 30년 가까이 차이나는데 후배는 무슨 후배?? 그렇게 따지면 내 동업자들이 나를 보고 선배 아니면 후배라고 불러야지....... ㅡㅡ

그러면서 전반기 때 내가 곤란함을 겪으니까 나보고 똑바로 하라고 하면서, 정작 나에게 도움이 된 적은 1도 없었다, 기관장은.

'30대 중반인 어른이 혼자서 아무것도 못 하면 어떡하냐?' 라고 하지만 내가 말하는 건 그게 아니다. '구성원이 어려움을 겪으면 바닥 청소라도 해야 되는 것'이라고 본다. 결국 직장에서 어느 한 사람의 일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데 기관장은 그렇게 한 적이 없다.

 

그걸 보고 난 그런 부류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차렸다. 누군가 어려움에 처하면 오지랖은 엄청 넓다. 그런데 문제는 해결할 능력은 1도 없다. 전반적인 스탯은 정말 고성능인데 말이지...... ㅋㅋ 그래서는 온갖 이유를 만들어대면서 안 도우려 한다. 아니면 영양가 없는 파티니 그런 거나 하거나. 그게 그런 부류의 실체다. 쉽게 말하면, <황금빛 내 인생>의 최도경이나 <하나뿐인 내편>의 왕대륙 같은.

 

슬프게도 작년에 결혼 안 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왜냐고? 만약 결혼했다면 화풀이를 누구한테 했겠어....... ㅠㅠ 안타깝게도 올해도 그렇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포토그래퍼로써 왜 죽자살자 덤벼들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바로, 적어도 이 세계에서 난 인간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대다수에게는. 거기다 어디든 간에 날 반겨준다. 그러기에 난 더 뭔가 할 의욕이 생기는 것이다.

 

다시 말한다. 그렇다면 직장에서는 왜 안 그렇게 했냐고? 말했잖은가. 처음부터 놀잇감으로 생각당한 것과 최소한 인간으로 대우받았던 것은 다르지.

'Side B: double sid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틀간 있었던 일  (0) 2020.03.20
의도하지 않은 휴가  (0) 2020.03.02
어떤 이야기 46  (0) 2019.09.17
어떤 이야기 45  (0) 2019.09.17
어떤 이야기 44  (0) 2019.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