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D: toward ground/Visual Literacy

양복점 신사들의 이야기 - 2. 민효원, 종이 한 장의 차이

시카마법사 aka PODAIM 2018. 2. 10. 23:30

앞서 이동진의 위험성에 대해 상당히 길게 서술하였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 한다고? 그러기에는 이동진은 주연이다. 주연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이동진이 보여줬던 행동들은 로맨티스트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지만, 따라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일들인 것이다.

하지만 주연만이 주의가 되는 것이 아닌 것이 요즘이다. 조연이라 하더라도 행동이 위험하다고 보이는 것이 실상이었다.


그러한 점에서 이동진과 비슷한 캐릭터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또 있다. 성태평? 배삼도? 이동숙? 아니다. 바로...... 이동진의 처제였던 민효원이다!!


'엥? 시바끄 왜 민효원이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이다. 하기는 민효원을 떠올리면 먼저 연관되는 것은 아츄 커플이니. 기억하시는가? 민효원의 메가데레에 항상 나왔던 러블리즈의 <Ah-Choo>! BGM까지 이러니 왜 민효원이 위험한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드라마 전개상 그렇다는 거고, 강태양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생각해 보라. 여친이 배신해서 힘들어하던 터에, 직장 상사라고 갑자기 들이댄다면 어떤 태도를 보일 수 있는가?


아니, 직장에 들어올 때부터 완전히 차갑게 대하다가 갑자기 잘해주면서 햄버거를 같이 먹지 않나,

밥 먹으면서 사귀자고 하지 않나,

지원 왔는데 갑자기 불러대서 1:1로 있지 않나,

갑자기 키스하지 않나,

넘어져서 집까지 데려다 줬는데 불러내서 상사 어머니에게 인사시키지 않나,

고시원에 같이 살겠다면서 들어오지 않나??

화룡점정은 우리 엄마가 아픈데 왜 댁이 난리야???


생각도 없거나 혹은 힘든데 계속 다가오는 것, 이것은 나연실에 대한 이동진의 미친 구애와 비슷하며 만약 현실이었다면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그렇게 김탄처럼 계속 다가오기만 했던 민효원이, 우리에게 있어 아츄 커플로 예쁘게 각인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다 메인 커플이었던 진실커플보다도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동진과 민효원의 단 하나의 차이에 기인할 것이다.


이것은 민효원과 강태양이 커플이 되고 나서부터 시작이 된다.

강태양의 집에 고은숙 여사가 쳐들어와 졸지에 커플 인증을 하게 된 아츄 커플. 그 다음부터 이동진과의 '차이'는 시작된다.

먼저 강태양을 좋은 곳에 있고 싶은 마음에 고시원을 특실로 옮기자 강태양은 거절한다. 이 때 민효원은 서운하긴 했지만 별말 없이 원래대로 돌려놓는다. 이것이 34회에 보여줬던 이동진과의 차이다. 이동진은 민효주가 있는 걸 알면서도 억지로 나연실을 호텔로 데리고 갔고 거기다 자기 집까지 데리고 갔으니....


그리고 강태양에게 모델 제의가 들어오자 강태양의 코디로써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비록 오버해서 퇴장당한 것이 두 번이나 나오기는 했지만(대부분 질투다 ^^;;)..... 그런데 드라마에서 보이는 모습이 강태양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가 아니라 강태양 옆에 있는다는 느낌이 보여지지 않았던가? 그래서 그런지 민효원은 강태양이 교사가 되고 싶다고 하자 대번 좋다고 한다. 이것이 이동진과의 또다른 차이로써 이동진은 나연실을 웬만해서는 본인에게 맞추려고 하였다. 이것은 처음에 대책없이 홍기표를 찾아간 것이나 부모님께 소개드리겠다고 무대포로 나선 것과 엄청 비교가 된다.


결국 강태양이 예전에 최지연과 연애한 것이 발각되자 민효원의 행동은 어떠했는가? 이동진처럼(물론 이동진은 그 당시 아무것도 몰랐지만은) 나연실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하거나 무조건 서울로 돌아가자고 말한 것과는 달리 자기 어머니라도 맞서서 강태양을 지키려고 하였다. 물론 강태양을 배신한 최지연의 책임이 엄청 컸지만, 그걸 떠나서 함께하려는 마음이 크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동진이 나연실의 휴대폰에 위치 추적 장치를 달아줬거나 나연실이 납치되었을 때 홍기표와 싸운 것을 가지고 뭐가 다르냐고 할 수도 있는데, 그런 모습을 이동진은 진작에 보여줬어야 했고, 이동진이 그렇게 보여줄 수많은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당연하겠지만 강태양도 민효원에 무조건 끌려다니지는 않는다. 앞서 고시원 건도 그러했고, 강태양이 모델로서도 성공한 것은 자신의 힘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기회가 있다 해도 그를 살리는 것은 본인의 몫이니. 그리고 최지연과의 연애가 발각되었을 때 강태양은 고은숙 여사의 집에 찾아가서 해결하려고 하였고, 민효원과 고은숙 여사를 화해시키려 하였고 결국 성공하였다. 이러한 모습이 또 차이가 아닌가?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닐까. 이렇게 제멋대로이고 계속 끌고 가려던 한심한 직장 상사였기는 하였지만, 강태양은 그러한 민효원의 모습에서 스쳐서는 보이지 않았던 함께 하려던 모습을 본 것은 아닐지.

왜 그렇게 들이대냐던 말에 자신이 서녀였고 왕따여서 진심을 봉인했는데 강태양을 만나 처음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 사실 그것이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말에 대해 강태양은 지배자가 아닌 동반자라는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니,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민효원에게 등대 밑에서 고백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