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B: double side

구원할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시카마법사 aka PODAIM 2019. 6. 27. 01:24

1.

이건 어제.

수석관이 갑자기 찾아와서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마다 본인이 하는 모임이 있는데 와 달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거절.

 

2.

수요일에 수족구를 하자고 했는데 난 엄청 못했다(어느 정도냐면, 날 집어던져 버리고 싶은 능력일 것이다.). 그래서 그냥 사무실에 있었는데 갑자기 기관장이 찾아와서는 같이 하자고 떼쓰는 것이었다. 말이 떼쓰는 거지, 협박이지 뭐...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갔는데 역시나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더군. 그나마 얻어걸린 건 차긴 했는데...

거기다 갑자기 뭘 먹자면서 또 그러는 것이었다. 그것도 자기 옆에서! '무슨 날 본인의 첩으로 보는 건가?' 이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것만 보면 왜 내가 그랬는지 이해가 안 가실 법도 한데.... 공통점이 있다. 저렇게 뭘 한다고 해서 내가 변화할 수가 없는 것. 내가 꼴통이라서? 아니, 저 두 사람의 말대로 해서 내 환경이 바뀌지 않으니까.

밑바닥을 거의 구르면서 느낀 것은, 이런 모임이니 뭐니 하는 건 상당히 일시적이고, 원론적이다. 만약 내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고 능력이 된다면 저런 원론적인 활동들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난 버려지다시피 하면서 놀아주는 사람 취급을 받았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 나에게 중요한 건, 지금 당장 뭘 바꿀 수 있는 힘이다. '시간 지나면 나아져.', '넌 할 수 있어.'라는 그딴 식의 정신승리가 아니라. 안타깝지만 기관장과 수석관이 하는 모임은, 그러한 걸 난 알 수 있었다.

 

이번에 기관장도 그래. 처음 보는 앞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한테 생글생글 들이대는 게 이상할 따름이었다. 그것도 처음 봤던 그 한 번이 아니고! 생각해 보라. 당신이 그닥 알려지지도 않았던 사람인데 처음 보는 사람이 "저 엄청 팬이에요~" 하는 식으로 들이대면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기관장이 날 첩으로 생각하냐는 생각까지도 할 수밖에. 보면서 갑자기 이 캐릭터가 생각이 났다. <하나뿐인 내편>의 왕대륙. 갑자기 김도란에게 반해서는 김도란이 가는 길은 무조건 다 쫓아가고, 결국 사귀고 결혼해서는 하는 짓거리는 지금 당장 김도란에게 필요없는 김도란 웃겨주는 짓거리나, "내 토끼~~"라고 부르면서 호칭에 집착하고, 능력도 없으면서 김도란을 붙잡아놓거나 아니면 김도란이랑 같이 자폭하려 했던 게 왕대륙이 아닌가? 딱 그랬다. 호의에 배부른 소리라고? 분명 나 말고 이렇게 하는 사람은 없을 걸? 그게 날 남자로 보는 게 아니면 뭐겠나?

아니, 남자로 보는 좋은 거 아니냐고? 그러면 내가 힘든 일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 기관장은 발벗고 나서서 도와줄까? No~! 오히려 "난 이런 거 못해 ㅠㅠㅠ"라면서 발 빼겠지. 그것도 기관장이라는 사람이 말이다. 왜냐면 기관장까지 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 능력이 되니까 그랬다는 말인데 그런 능력을 정작 자기가 사모하는 남자에게는 발휘하지 못하는 개그지(그런 의미에서 괜히 원균이 까이는 것이 아니다. 삼도수군 통제사까지 어쨌든 했다면 그 정도 보여주기는 했다는 거니까....).

 

그러면 대체 난 왜 그렇게 멀뚱멀뚱 그랬냐고? 바로 앞에서 말했던 능력의 차이인 것이다.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PTSD에 빠진 사람을 해결하라고 했을 때 저 왕대륙 정도의 사소한 것밖에 못 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뭘 해주고 싶어도 자기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러나 능력이 엄청 되는 사람이 저랬다면? 그냥 재능낭비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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