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F: magic diary/퍼스지 겨울의 서

진짜 경계에서 겨레의 자랑을 외치다 04. 메스로 찌르는 건 안해봤다.

시카마법사 aka PODAIM 2016. 1. 30. 01:13

이번에는 전날과는 다르게 긍정적인 이야기만을 하지 않았던 것이 나았다. 왜냐고? 말했잖아. 난 이 곳 경북이 RS에서 나온 사례처럼 빠르게 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 모두가 억만금을 하루에 다 쓸 수 없듯이.

문제에 대해서 짚어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 총론에 대해서 나는 엄청 썼다. 어떤 것을 해보면 좋겠는가에 대해서, 평소에 원한이 맺혔던 일들이 떠올랐다.

처음에 와서 놀아주는 사람 취급받았던 일들, 돌아와서도 서자 취급받고 등신 취급받았던 기억들, 내 잘못이 아님에도 죄인처럼 숨어 지내야 했던 것과 김천에 와서도 따라다녔던 그 PTSD까지..... '어떤 것을 해보면 좋겠냐?'는 질문에 대해서, 쓸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떠오른 기억들은 엄청난 분량으로 쓰게 했다.

 

구성원들이 서로 인간으로 봐 주는 것, 이끄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 무조건 좋은 말만 하지 않는 것.

<여자를 울려>의 강진우가 정덕인에 대해서 미소만 짓다가 정작 자기 아들이란 색히가 정덕인의 아들을 죽이니까 봐달라고 질질 짜면서 애걸하지 않았나.

 

그렇게 해서 쓴 결과에 대해서, 다들 깜놀했다. 내가 있던 책상에서 토론이 엄청 많았다고 하면서.

 

그리고 오후에는 무슨 놀이 같은 걸 했다. 처음에는 뭔가 싶더니만은.... ;; 뭔가 잘 맞는 분을 만나서는 그 때부터는 뛰어다녔다. 뭐였냐고? 잡기놀이 ^^;

 

그런데 문제는 각론. 어떤 걸 할 것인가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제안할 지에 대해서는 전혀 쓸 수 없었던 것이었다. 왜냐고? 내가 그렇게 해본 적이 없는걸...... 뭘 해도 어설프고 안 되는데.. 망신당하면 어떡하라고. 안 써지는 걸 어쩌란 말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

무슨 편지쓰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각론 쓰는 동안은 멍때리고 있었다.

 

아직까지 그러고 있는 것 같았다, 한편에서는. 경북은 무조건 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난 그건 아니라고 본다.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 곳에서, 말한다 한들 수천 수만의 대군이 달려오겠는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라면 내가 '난 당신들과 달라!'라고 직장에 얘기 안했을 리가 없잖은가. 무조건 할 수 있다. 그런 걸 가지고 '긍정 중독'이라 그러지.

 

그래서 마지막에 난 그에 대해서 말했다. 혁신이니 뭐니를 말하기는 이른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에 만난 사람들과의 '느슨한 연대'는 강화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사실 그게 제일 급했다. 왜? 대학교 시절에도 한 번도 해본적이 없으니까. 1학년 후학기 때부터 파벌로 갈렸는데? 그래서 이번에는 글쎄.... 어떨지는..... 워낙은 실패밖에 보지 않았는데 사람들을 믿기 쉽지가 않다니까.....

그런 이유로 계속 가입하라고 말했는데 그걸 안 했다. 적어도 믿음을 보여줘야 믿을 수 있을 테니까.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가 떠올랐다. 우리 캠퍼스에서도 학생위원회는 있었는데(내가 새내기 때 생겼음.) 그 당시는 민주노동당에 관심이 많았던 나라 한 번 해 볼까.... 하고 생각도 했는데 문제는 학생위원회 클럽. 거기는 2006년 4월 이후로는 비어 있었다. 2004년 총학생회장님이 거기 계셨는데 그 회장님이 학사 학위를 받고 나서는 뭘 한 흔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뭐하겠나 싶었지.

 

그리고 다시 묻는다. 지금 모인 그대로 이어갈 자신이 있나? 지속적으로 모일 자신이 있나? 정말 할 수 있다고 헤헤거리는 미소가 아닌 신념으로써 말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