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F: magic diary/1월의 '대의'

두 번째, 10일 - 8. 왜 급질문인데요??

시카마법사 aka PODAIM 2018. 2. 1. 00:11

오늘은 밥 먹으러 나가려고 하니까 헉!! 볼펜이 없었다!!!!

분명 어제 군산 갔을 때 끼워놨는데!!

젠장, 젠장..... 하긴 내 운빨이 그렇지......(아까 인스타 보고 확실히 느낀.....)


다행한 건 오전 강의는 정부 수립 이후의 역사였는데 워낙은 현대사 중에서도 관심있어했던 쪽이라 이해가 쉬웠다. 웬만해서는 지금의 팩트에 대해 부정할 수 있을 수가 없으니. 문제는 뭐냐 하면, 이승만 정권에 강의 시간의 절반을 투자했다는 거..... ㄷㄷ.... 왜냐면 현대사는 우리가 흔히 결말이라 하는 6월 항쟁 이후에도 할 말들은 엄청 많기 때문이다. 전대협-HCY로 이어지는 학생운동사와 민주당계 정당들의 이합집산, 6.15 공동선언, 누가 뭐라 해도 역도의 수괴의 통치는 빠지면 안 되지. 그런데 쩔수 없는 게, 제1공화국부터 해서 이걸 3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최소한 이틀은 걸려야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건 시간의 문제라고 할 수밖에.


오후 강의는 한국 전쟁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전쟁에 대해서 그 이전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은 좋았는데, 여기서 시간을 엄청 끈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후반에는 약간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 이 강의도 약간 시간은 있기는 하지만 한국 전쟁의 전후 과정까지 하면은 하루는 걸릴 강의일 것이다.


마지막 강의는 박물관에 대해서였다. 박물관에서 어떤 자료를 활용하면 좋을지에. 그것들을 보니까 내가 박물관에 대해 너무 우습게 봤다는 생각이었다, 그 동안. 둘러보면 끝인 줄 알았더니(하긴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게 현실이다.)...... 적어도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 강의들의 공통점이 뭐냐 하면, 오늘 다들 질문을 엄청 오래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에는 가지고 왔던 도자기들 보고 싶다면서 20분 동안 다들 하하거렸고. 그걸 본 나는 이해가 안 되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이 RS가 끝나고 나서, 현장에서 그대로 할 건가? 정말 그럴 자신이 있는가? 솔직히 말해서 그럴 거라고는 생각을 안 한다. 왜? 지금이야 밴드니 번개니 하면서 다들 하하거리기에 바쁘지만, 다들 돌아가서는 그 밴드고 번개고 끝까지 이어갈 자신 있나? 내가 보기에는 없다. 고시 때부터 해서 다들 모이지만은 그 모임들은 다 유령이 되기에 바빴고, 심지어 작년 RS만 해도 그렇다. 분임이라는 이름으로 모임에도 결국 3개월도 안 되어서 다들 이야기도 안 하고 있지 않았나? 최소한 30대 초반, 많아도 40대 초반인 사람들이 말이다. 그런데 그걸 할 수 있다고? 어림없다. 어차피 끝나고 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평소처럼 살아가겠지. 이 2주는 싹 까먹고. 그게 우리 집단의 현실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리고 그에 대해 나도 예외일 수는 없다. 왜냐면 나도 고시 때문에 스터디 카페도 2번 정도 만들었는데, 그 사람들이랑 연락한 적은 없다. 물론 한 번은 안 좋게 끝나기는 했지만..... 그리고 3수생들끼리 모여서 카페를 만들었길래 갔는데 지금 연락하는 건 한 명뿐이다. 물론 과 사람들은 정말 연락 안 되고, 결혼식이 아니면 말이지. 결국 나도 똑같은 인간이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변론을 하자면, 첫 번째로 만든 카페는 정말 사람들이랑 친했는데 그 당시는 현역이었다. 그리고 나서는 고시에 또 한 번 떨어지니까 그 때는 아무 것도 하기가 싫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그 때 처음 했었으니...... 그래서 모든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1년이라는 갭이, 크다. 정말로.

고시에 합격해도 마찬가지였다. 군대나 가라는 말에 충격을 받아서 아무것도 못했었고, 영양군에서는 생고생만 했고, 그리고 입대 크리...... 아는 후배님들에게 편지를 하고 전화도 해 봤다. 적어도 입대한 해에는...... 하지만 그 이후로는, 연락이 안 되고 있다. 물론 당연히도 피해자 코스프레는 아니지만.



반면에, 작년 RS 때의 사람들이나 지금 사람들이나 나보다 조건도 훨씬 좋고 능력도 엄청 많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작년에는 실컷 모여서 뭐다뭐다 하다가 왜 행방불명된 사람들처럼 그러는 건데? 나처럼 고시에 떨어진 적이 있어, 군대를 집단으로 입대했어? 이미 충분히 내가 무시당하는 느낌을 현장에서 봐왔던지라, 한 번이었음에도 실망하기는 충분했다.

장담한다. 이번 RS도, 5월까지 버틴다면 그건 기적이다.